뒤르켐의 자살론 해설
오귀스트 콩트(1798~1857)와 더불어 에밀 뒤르켐(1858~1917)은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불린다.
보불전쟁에서 패한 직후 어려운 상태에서 프랑스의 개혁은 도덕적 재건을 통한 정신의 통일에 있었다.
뒤르켐은 프랑스의 도덕을 재건할 수 있는 학문을 만들고자 했다. 그의 관심사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였다.
즉 개인에게 관심을 둔 학문과 거시적인 사회에만 초점을 둔 학문을 종합하는 것이 그의 관심이었다.
물론 그는 사회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사회 실재론자였지만, 콩트의 도덕적 규범의 강조와 마르크스의 경제구조에 대한 강조를 통합하고자 했다.
즉 사회의 영향력을 강조하되 개인과 사회 어느 한쪽에만 강조점을 두는 시각을 탈피하고자 했다.
"사회는 우리를 초월해 있는 어떤 것이며, 동시에 우리 속에 내재해 있는 어떤 것이다."
사회적 사실은 그의 전체 사회학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뒤르켐은 인간을 무한한 욕망을 가진 존재로 파악했다. 욕망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사는 현대사회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위기를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회에 잇다. 사회적인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인 규제의 힘이 필요한 것은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위해서이다. 그 힘은 도덕적인 것이다.
만약 그러한 힘이 무너진다면 개인들은 아노미 상태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아노미 상태로 빠질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규제의 힘을 회복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갈림길 속에서 뒤르켐은 자살 문제, 분업 문제, 종교 문제, 지식 문제, 직업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다양한 주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과 목표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사실이었고, 목표지점은 사회통합, 도덕적 개인주의였다.
사회통합과 도덕적 개인주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 것이 뒤르켐의 학문이었다.
뒤르켐은 마르크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의 3대 인물로 불린다.
1. 사회학
"집단적 신념,정서,경향은 개인들의 의식의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회적 집단이 놓여 있는 조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사회학은 19세기 중엽 프랑스의 철학자 콩트가 계몽주의에 기초해 만든 학문이다.
중세의 무지에서 깨어나 세상을 바로 보고 새롭게 인식할 것을 주장한 계몽주의는 신이 아닌 인간을 그 중심에 두었다.
계몽주의를 주장한 사상가들이 인간을 중심으로 내세운 데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다.
과학의 발전, 종교개혁, 인본주의의 등장은 바로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하여 모든 것을 사고하고 행위를 하던 서구인들이 그 기본 축을 신에서 인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인간의 어떠한 힘을 계몽주의자들은 신뢰했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능력 가운데 특히 이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계몽주의를 이성 중심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인간이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성은 과학적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즉 계몽주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증주의적인 과학의 정신에 기초한 것이었다.
따라서 콩트가 사회학을 창시했을 때 사회학은 이러한 과학주의에 기초해 형성되었던 것이다.
19세기 중엽 사회학이 탄생한 후 사회학을 통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연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뒤르켐 역시 사회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콩트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사회학이 과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사회학만의 독특한 방법론과 시각이 있다고 보았다.
뒤르켐은 도덕, 개인의 존엄성, 자유주의 등의 가치를 중시했으며, 사회를 분석할 때 도덕의 문제와 결합시켜 이해하고자 했다.
울타리가 없어서 힘든 일이 생겼다고 쉽게 목숨을 끊는 것을 뒤르켐은 이기적 자살이라고 불렀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다같이 목숨을 끊는 가족처럼 자신들의 비참한 운명이 바뀔 것 같지 않아 자살을 택하는 경우를 숙명론적 자살이라고 한다.
소방관, 가미가제 특공대, 戰死, 자살폭탄테러처럼 사회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를 이타적 자살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살은 심리적인 상태와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대부분의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는다.
그러나 뒤르켐에 의하면, 자살은 모두 사회와 연관이 있다. 개인은 사회의 영향력을 벗어나서는 살 수가 없다.
한 사회 안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 사회만의 규칙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된다.
자살도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2. 아노미
"자살은 개인이 참가하는 사회적 집단의 통합 정도에 반비례한다."
뒤르켐은 현대사회에서 범죄라든가 청소년의 방황과 같은 일탈 문제 등이 왜 그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기 위해 아노미라는 말을 사용했다.
아노미(anomie)는 규범이 없거나 무너지는 것, 즉 無규범 상태를 말한다. 규범이 무너지면 혼란 상태가 된다.
규범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의 기준이 되며, 그 행동을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것을 말한다.
기준이 없는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행위도 규범이 바로 서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사회가 혼란해 규범이 무너지면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제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이러한 상태를 정신적인 공황상태라고 하며, 이것이 곧 아노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의 자살을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한다. 따라서 심리적,정신적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 속에서 자살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뒤르켐의 학설은 자살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설들과 차별화된다.
아노미적 자살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 요인이다. 특히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자살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물질적 빈곤 때문만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자살률이 낮다.
경제적 상황 자체가 자살을 부른다기보다는 사회변동 시기에 개인들의 사회활동 규범이 무너지면서 그러한 결과가 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건 규범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규범에는 법, 예절, 에티켓, 도덕적 가치, 행동기준, 판단근거 등이 있다.
이러한 규범을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우는 것을 사회화라고 한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의 내용을 알면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1897년 출간된 뒤르켐의 <자살론>은 자살에 관한 연구서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한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고, 심리학의 틀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현상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뒤르켐은 자살의 문제를 심리적,정신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보았다.
뒤르켐은 조사를 통해,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사회에서 갑작스럽게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원인을 사회적인 시각 속에서 찾고자 했고 자살도 특정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살자가 의도한 결과로 자살이라는 행동이 나타나지만, 그러한 자살자의 행위를 촉발시키는 사회적 요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뒤르켐은 자살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론적 자살이다.
그중 뒤르켐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자살 유형이 바로 아노미적 자살이었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가 규제를 제대로 못하거나 혼란 상태에 있을 때 발생한다.
특히 뒤르켐은 아노미적 자살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경제침체, 주식시장 붕괴, 가격급등, 실업사태 등 갑작스런 주변상황의 위기는 개인의 기대와 욕구를 좌절시킨다.
또한 경제위기는 규범 판단에 대한 능력을 훼손시키며 가치의 기준을 흔들어 놓는다.
이것이 바로 아노미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목숨을 버리게 된다. 즉 아노미적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뒤르켐은 경제적 호황기에도 아노미적 자살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경제호황기에는 사람들의 욕구와 기대수준이 높아진다.
사람들의 욕구수준이 높아지면 현실적인 욕구충족 수단과 여건도 함께 좋아져야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듯 지나치게 강한 욕구와 욕망의 수준을 규제하고 통제할 규범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게 되며 이것 역시 아노미적 자살이다.
3. 사회
"그릇된 종교는 없다."
개인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 존재다. 개인의 행동이나 생각은 개인이 속한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개인은 사회 속에서 알게 모르게 사회적 규범들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자살 시도도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들이 흔들리지 않아야 그 사회 속에 사는 개인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배가 항해를 할 때 나침반이 배의 항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 가장의 죽음 이후에는 어린 아들에게 제대로 된 가치관을 심어 줄 사람의 공백이 생긴다. 따라서 아이의 방황의 원인이 된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얼마나 소속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자살률도 차이를 보인다.
미혼자의 자살률은 같은 나이의 기혼자의 경우보다 더 높다. 기혼자는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기 때문에 스스로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혼란한 이유는 있다. 고대의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라고 쓰여 있다.
19세기 말 유럽은 산업화와 근대화로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던 시대였다.
농업 공동체문화가 파괴되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도덕과 전통이 무너지자, 불평등,경쟁,이기주의 등이 사회에 퍼지면서 자살률이 급증했다.
뒤르켐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도덕적 의무감을 개인의 내부에 만들어 내는 하나의 힘으로서 종교를 연구했다.
그가 종교를 연구하게 된 또 하나의 동기는 사회질서를 지탱해 주는 원리에 대한 관심이었다.
종교는 개인의 목적을 초월해 윤리적인 목표를 위한 공동의 헌신을 요구하는 강한 힘이 되어 왔다.
뒤르켐은 종교를 신념과 행위의 단일화된 체계라고 정의한다. 종교는 사회적 산물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스럽게 된 사회이다.
종교는 명백히 사회적인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신성한 것을 찬양할 때 그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사회의 권력을 찬양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교의식은 사람들을 결속시켜서 그들간의 공동의 유대를 재확인하게 하고 사회적 연대를 재강화시킨다.
종교적 계율은 집단의 사회적 유산을 유지하고 再활성화시키며 그것의 지속적 가치를 이후의 세대에게로 전승시켜 준다.
또한 종교는 신도의 기쁜 마음과 그들이 속한 도덕적 세계의 기본적인 정당성에 대한 생각을 재확인시켜 줌으로써 좌절감,상실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도취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뒤르켐은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고 사회통합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보았다.
과거 씨족사회에서 종교가 곧 도덕이었듯 현대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로서 뒤르켐은 도덕 회복을 강조한다.
4. 도덕
"교육은 성인 세대가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다."
뒤르켐은 종교와 사회의 가장 원초적 형태를 연구하면 현대사회의 복잡한 사회적 현상들을 발생시키는 근본적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원초적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토템 종교와 사회를 연구했다.
원주민들은 혈연관계가 없음에도 같은 토템 아래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친척으로 생각했다.
토템은 부족마다 달랐다. 어떤 씨족은 동물이 토템이었고, 어떤 씨족은 나무,달,태양 등이 토템이었다.
원시부족들에게 토템은 신성하고 친숙한 것이었다. 성스러운 토템들은 부족의 특징을 잘 보여 주었고, 구성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모든 종교는 성스러운 것은 숭배하고 세속적인 것은 금기시한다.
가령 기독교에서는 십자가,성경 등을 성스럽게 여기고 도박,술,담배 등을 세속적이라 여겨 금기시한다.
특히 토템의 대상인 성스러운 것들은 종교행사를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 숭배해야 할 것과 금기시해야 할 것을 구분했고, 이 구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새겨지게 된다.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 질서가 되는 것이다.
원시부족들에게는 종교가 곧 법이고 삶 자체였다.
특히 원시부족들은 종교행사를 통해 토템의 중요성을 알리고, 집단의 구성원들을 통일시켜 이들에게 비슷한 사고방식을 심어 줄 수 있었다.
토템의 대상이나 종교의 이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대상인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구성원들 모두가 쉽게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는 국기, 동상 등이 하나의 신성한 상징이다. 이러한 것들은 국민의례나 기념일 등을 통해 신성하게 다루어짐으로써 사람들에게 국기나 위인들이 의미하는 내용을 의식하게 하고 서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게 한다.
종교행사는 흥분과 정열을 불어넣어 준다. 춤추고 주문을 외우고 노래하는 축제나 제사의식은 사람들을 열정적 상태로 빠져 들게 만든다.
이러한 격정 속에서 사람들은 집단적 흥분상태가 되고 토템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
성스러운 토템에 대한 이러한 공동의 의식이 부족 구성원들을 강하게 하나로 묶는 끈이자 사회질서의 근본이 된다.
따라서 종교와 사회질서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토템은 성스러운 것이자,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자, 사회질서였다.
현대사회는 토템을 섬기지도 않고, 과거처럼 종교가 삶의 모든 것도 아닌데, 개인들을 묶어 주고, 사회의 질서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
뒤르켐은 과거 부족사회가 강하게 통합될 수 있었던 이유인 정신적 에너지가 종교였다면,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도덕이라고 말한다.
개인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욕망과 이익을 키워 나가게 되는데, 그러한 욕망을 통제해줄 틀이 바로 도덕이다.
만약 이러한 틀이 없다면 모두 이기주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도덕을 모르는 상태가 곧 아노미이다.
그래서 도덕을 통해 욕망과 자기통제의 적절한 조절을 가르쳐야 한다.
가슴속 깊이 감춰 두었던 사랑의 마음을 이웃에게 보여 주라. 사랑은 표현할 때 더욱 아름답다.
뒤르켐은 현대사회로 올수록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되고 전통이 와해되면서 개인의 사회에 대한 구속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즉 개인들의 자율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분업으로 인해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된다.
개인주의가 팽배하지만 상호협력이 강조되는 사회가 바로 현대사회다.
뒤르켐은 도덕이 발전하고 그것이 현대사회의 독특한 도덕적 개인주의라고 보았다.
도덕적 개인주의가 발전하면 아노미적 분업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현상을 막을 수 있고, 사회통합을 강화할 수 있다.
에필로그
원래 아노미라는 말은 윤리학, 종교학,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데, 사회학적인 용어로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뒤르켐이다.
아노미는 규범이 없거나 무너지는 無규범 상태를 말한다. 규범이 무너져 버리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져 혼란상태가 된다.
"과학적 연구는 비교할 수 있는 사실들을 다룸으로써만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있으며, 유용하게 비교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많이 모을수록, 그 연구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다." - 뒤르켐.
뒤르켐은 이를 위해서 자살률과 관련된 통계적 자료를 모아 자살을 원인별로 분류한 후, 이를 토대로 원인에서 결과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뒤르켐은 실증주의 연구방법론을 사회학에 도입하고, 사회학이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잡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럼에도 <자살론>은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
1) 지나치게 사회적 원인만을 가지고 자살을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살을 결심한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 자살을 할 때 유서를 남겼다면, 그 사람의 자살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뒤르켐은 여러 자살 원인으로 자살률을 통계 내었는데, 어떻게 죽은 자들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유서를 남긴 사람들만 조사하여 통계를 냈다면, 유서를 남기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조사에서 빠지게 되므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유서를 남기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 원인을 추측하여 통계를 내었다면, 그것은 시작부터 결과가 그릇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면 마치 거짓말도 진짜인 것처럼 들리는 법이다